정약용은 왜 남산골 고양이를 비판했나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정약용은 왜 남산골 고양이를 비판했나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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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정약용은 왜 남산골 고양이를 비판했나


옛날 남산골에 사는 한 노인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고양이가 해가 갈수록 꾀가 느는지 여우처럼 요망해졌다. 밤이면 보관해둔 고기를 훔쳐 먹는가 하면 술항아리마다 뒤엎었다.


그렇게 어둠을 틈타 몹쓸 짓을 하다 문을 열어 소리를 지르면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등불을 켜고 비춰 보면 난장판이 따로 없었고 여기저기 이빨 자국만 낭자했다. 이에 잠이 달아난 노인은 갖은 궁리를 하지만 기력도 약한지라 한숨만 나왔다. 고양이만 생각하면 칼을 뽑아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이던 노인은 이렇게 생각했다.

  

하늘에서 고양이를 내린 것은 백성의 곡식에 피해를 주는 쥐들을 없애라는 뜻이 있었다. 그래서 올빼미 같은 밝은 눈과 범 같은 날카로운 이빨, 날렵한 용기 등을 줬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고양이가 쥐를 잡기는커녕 점차 스스로 도둑질을 하다니, 어찌 이럴 수가 있나?!’

 

쥐는 원래 좀도둑이라 피해가 적지만 고양이는 힘이 세고 성질까지 거칠어 지붕도 들쑤시고 담도 무너뜨리는 등 쥐가 하지 않는 짓도 멋대로 저질렀다. 그러자 쥐들까지 거리낌 없이 집안을 들락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훔친 것을 모아 고양이에게 뇌물처럼 바치며 함께 여유롭게 돌아다녔다. 이에 노인은 붉은 활에 큰 화살을 메겨 고양이를 쏘겠다고 결심했다. 또 고양이를 대신해 무서운 개를 불러 난동 부리는 쥐떼를 없애기로 작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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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의 이야기는 18세기 조선의 개혁가였던 정약용이 지은 이노행(貍奴行)’라는 칠언율시의 내용이다. 일명 고양이 노래라 불리는 시다. 

   

27살에 과거에 수석으로 합격한 그는 관직에 오른 뒤 34살에 사간원의 사간에 오른다. 당시 사간은 임금의 말과 행동에 잘못이 있을 때 바른 말을 올리는 자리였다. 그렇게 백성을 위해 일하는 정약용을 당시 탐관오리들이 가만둘 리가 없었다.

 

그 사악한 무리는 정약용을 수시로 모함했다. 때문에 강제로 일을 못하게 되거나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되기 일쑤였다. 이처럼 나라를 바르게 이끌어야할 사간원과 사헌부가 도리어 부정부패의 온상이 된 현실을 통탄한 나머지 정약용은 이런 풍자 우화시를 남긴 것이다.


시에서 노인은 백성, 쥐는 탐관오리, 고양이는 감사나 사헌부 등에 빗대었다. 이를 통해 당시 백성들이 작든 크든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얼마나 수탈을 당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인의 무능과 뒷거래가 남아있고 공기관의 부정부패가 여전한 오늘날도 이 시가 지적하는 바는 아직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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