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왜 고양이를 불태웠나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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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유럽은 왜 고양이를 불태웠나


오늘날 유럽은 동물 보호에 관한 의식 수준이 상당히 높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물을 모질게 학대했다. 대표적인 것이 고양이를 불에 태우는 풍습이 아닐까 싶다. 


보통 한해의 액막이에 오락을 겸해 고양이를 태웠다고 하는데, 오월제나 성 요한 탄생일 축제의 전야 때 고양이 수십 마리를 모닥불 위에 걸어 태웠다는 것이다. 중세부터 근세까지 악마의 상징처럼 비춰져 많은 수모를 겪어야 했던 고양이의 슬픈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의식은 포르투갈, 바스크 지방, 프랑스, 독일, 잉글랜드 등 유럽 전역에서 행해졌다고 조사된다. 기원전 켈트 족의 풍습까지 그 유래가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대 그리스 학자인 스트라본 등은 당시 사람들이 희생물로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불에 바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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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출처 : tumblr - Lock, Stock, and History)


그 풍습을 치르는 과정은 대체로 이랬다. 살아있는 고양이들을 바구니나 통에 넣은 뒤 큰 모닥불 가운데 세운 높은 나무기둥에 매달아 놓는다. 이후 모닥불이 다 타서 꺼지면 사람들은 타다 남은 고양이 시체나 그 재 등을 그냥 버리지 않고 집에 가지고 갔다. 사람들이 그것을 행운을 가져다주는 부적처럼 여겼기 때문이다. 


중세의 여러 프랑스 국왕들도 이런 축제에 나와 모닥불에 불씨를 당겼다. 루이 14세는 1648년 9살이던 나이에 장미꽃 장식을 한 모습으로 모닥불에 불을 붙이고 춤을 춘 뒤 파리 청사의 만찬에 참석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선 수도인 파리에서만이 아니라 메스, 가프 등지에서도 고양이를 태우는 풍습이 예사처럼 행해졌다.


한편 6월 24일 성 요한 탄생일의 축제 기간 때도 사람들은 설치된 모닥불 주위를 돌며 춤추다 무언가 마력을 가진 물건을 불속에 던져 넣었다. 한해의 남은 기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기원하며……. 그때 주로 던진 것이 안타깝게도 고양이였다. 남부 지방의 생샤몽에선 불이 붙은 고양이를 거리에 풀어놓고 사람들이 쫓아다니기도 했다.


프랑스 계몽사상의 선구자인 가톨릭 사제 ‘장 멜리에(Jean Meslier)’는 이런 풍습을 두고 “고양이를 태워 죽이는 짓은 미치광이들의 잔인한 행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풍습은 인간 이외의 동물은 영혼과 감각이 없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에 기인한다”며 인간 본연의 동정심마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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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63 붕장군 2017.08.25 14:28  
옛날엔 참 생명이 정말 하찮게 취급되었던것 같아요. 요즘 세상에 태어나서 그나마 다행이에요.. 몽실이가 마녀의 앞잡이라고 치부되며 화형에 처해진다고 생각하니 끔찍
M 나루코 2017.08.26 07:31  
정말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죠! 적어도 저런 황당한 일은 없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