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고양이가 공무원이라고?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5 냥생 1 1320 1

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뭐, 고양이가 공무원이라고?


2011년 1월 영국 총리 관저에서 가진 뉴스 생방송에 현관 앞으로 느긋하게 지나가는 생쥐 한 마리가 찍혔다. 사람들은 놀랐지만 생쥐는 결국 잡지 못했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다시 총리 관저 수렵보좌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리고 한 달 후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이 임명되었다. 래리(Larry)란 이름을 가진 얼룩 줄무늬 고양이였다. 


앞에서 말한 총리 관저 수렵보좌관이란 바로 쥐를 잡는 고양이를 말한다. 제56대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의 가족이 직접 뽑은 래리는 지금까지 관저에 상주하며 난입하는 쥐들을 잡아내고 있다. 


4088f7c59e894ac67db050256f6347fc_1500956184_9753.jpg

현재 영국 총리 관저 수렵보좌관 '래리'
 


은퇴나 사망으로 물러나기 전까지 임기를 보장받는 당당한 정규직 공무원인 이 수렵보좌관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튜더 왕조의 제2대 잉글랜드 왕이던 헨리 8세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515년 토마스 울지 추기경이 대법관 직을 수행할 당시, 전부터 키우는 고양이를 옆에 둔 것이 시초가 되었다.  


그러다 1929년 ‘하루 1페니의 소소한 돈으로 쥐를 잘 잡는 고양이를 계속 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관저에 고양이를 위한 어엿한 일자리가 마련되었다. 물론 이전에도 관저에서 쥐를 잡는 고양이들은 있었지만 역할이 공식적으로 주어진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1932년 자료를 보면 당시 주급 개념의 경비가 1실링 6펜스까지 들었다고 한다.


현재 기록이 남아있는 역대 수렵보좌관은 1924년의 트레저리 빌(Treasury Bill)부터 현재 래리까지 14마리다. 그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근무한 고양이는 윌버포스(Wilberforce)로, 에드워드 히스부터 마가렛 대처까지 4명의 총리를 거치며 18.년 동안 근무했다. 사실 수렵보좌관이란 말은 오래 전부터 영국 국민들 사이에서 애칭으로 쓰여 왔는데, 1989년부터 8년간 일한 험프리(Humphrey) 때부터 정식 직함으로 붙여졌다.


윈스턴 처칠과 제2차 세계 대전을 함께 치른 고양이 넬슨(Nelson)의 일화는 유명하다. 넬슨은 처칠이 해군 장관 때부터 키운 검은 고양이다. 처칠은 내각 회의 때마다 넬슨을 곁에 앉힐 만큼 아꼈다. 또 나치 독일이 런던을 공습할 때 처칠은 침대에 누운 채 넬슨을 바라보며 “내 사랑하는 고양이”라 중얼거리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전해진다.


이를 보면 수렵보좌관은 단순한 고양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영국 총리 관저를 대변하는 하나의 상징으로써,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의 터줏대감이라 할 만하다.



지난 연재 보기 ▶ 스위스 농가에선 고양이도 먹는다



​​​​묘묘한이야기 제작지원

4088f7c59e894ac67db050256f6347fc_1500956124_9256.jpg

1 Comments
M 나루코 2017.07.25 18:43  
냥님들의 확실한 역할과 필요성이 느껴지는...이밖에도 많은 매력이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