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은 독립군이 아닌 애묘 - 고양이 인문학 : 묘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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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인문학​​​​​​​​​​​​

한 이야기

글 | 황의웅 (크리에이터, www.miyaclub.com)



 

방화범은 독립군이 아닌 애묘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인 1923년 11월 17일 경성 사대문 안에서는 신문기사로 나올 만큼 작지 않은 화재가 두 건 발생했다. 그런데 그 중 일본인이 많이 살던 본정(지금의 충무로)에서 일어난 화재가 흥미를 끈다. 

 

그 화재는 밤 2시경 이나가키 소타로(稻垣宗太郎)란 사람의 집에서 났는데, 같은 번지 내 이웃으로 불이 번져 떡 가게와 요릿집 등 네 가구가 몽땅 타 버렸다. 당시 출동한 소방대는 전력을 다해 불을 껐다. 그 덕에 5분 만에 진화됐지만 남은 것이 거의 없이 약 1만 원(지금의 1억여 원)의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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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의 경성 본정(충무로) 거리

 

 

이에 혹시 특별한 목적에 방화가 저질러졌는지 본정 관할 경찰서에서 형사까지 나와 수사를 했다. 관계자들도 경찰서로 소환해 엄하게 취조를 하는 등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이나가키는 <승정원일기>에 나오듯 대한제국 때인 1908년 임시재원조사국의 주사와 탁지부 주사를 겸임하기도 할 만큼 나름 일제의 주요 인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항일무력독립운동이 본격화하던 때라 경찰서에선 당연히 독립군의 소행임을 의심했던 것 같다. 

 

수사 결과 방화로 판명은 되었다. 그런데 범인이 사람이 아니었다. 바로 고양이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거리를 배회하는 들냥이로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이나가키 부부가 애지중지하던 애묘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그날 밤 이나가키 부부는 화로에 있는 불씨를 다 끄지 않은 채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원래 부부에겐 자식이 없었기에 그 고양이를 자식처럼 사랑했다. 그 때문이었는지 고양이는 날마다 무언가 깨뜨리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로 성질머리가 너무 제멋대로였다고 한다. 

 

그런 고양이가 몰래 진열실에 들어가 아래위로 휘젓고 다니면서 장난감 등을 바닥에 온통 떨어뜨렸는데, 마침 인화성이 높은 인형 여러 개가 그만 화로 속으로 들어가 폭발했고 그 탓에 화재가 시작된 것이다. 

 

물론 그 고양이는 불이 크게 번지자 즉시 피해 달아나 털만 조금 탔을 뿐 무사할 수 있었다. 이를 알게 된 형사가 고양이를 경찰서에 데려왔는데, 고양이가 서장을 보자마다자 용서해달라는 듯 냥냥 울기만 했단다. 

 

지금 보면 그냥 웃어넘길 해프닝일 수 있겠지만, 당시 경성에 살던 일본인들에겐 우리 독립군의 소행이 아니란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렸을지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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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82 강하루맘 2017.05.25 15:18  
본의 아니게 우리 냥님이.....ㅎㅎㅎ 어쩌면  독립투사들을  돕기위해  투입된  스파이 냥이가  아니었을까낭??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