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고양이와 함께 티테이블 위 세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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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쓰윽 훑어보는데 어라, 먹어 본 디저트가 꽤 있다.

 ​
바다라고는 제주도 갈 때 건너본 게 다인 나인데 역시 백화점 마트는 대단하다.


거기서 각국의 인기 디저트를 먹어봤으니.


그땐 대학생이라고 할머니한테 용돈 받아서 사 먹었다.


울 할머니도 디저트를 엄청 좋아하셔서 용돈 모아 하나 둘 사가는 낯선 디저트를 몹시 기다리셨다.


하루는 빈 손으로 돌아는 날이 많아지자


[요즘 용돈 부족하냐?]


[할머니 어떻게 알았어? 대단하네!]


[야, 니가 그냥 오니까 광(?)이 비잖니. 심심하게. 기다려!]


할머니는 울 아버지를 제외한 고모들과 큰아버지에게 전화를 돌리셨다.


[저, 얘 용돈 좀 보내라. 저게 그지니까 내 입이 심심하다!]


그렇게 난 용돈을 받았다. 고모들이 도대체 할머니가 드시는게 뭐냐고 물어봤다.


그때그때 다르다고 말씀드렸다.


궁금하니까 명절에 할머니랑 상의해서 제일 맛있는 걸로 사다 놓으라는 명령(?)도 받았다.


책에 나오는 디저트 보면서 이런저런 옛날 생각이 났다.


특히 월병, 와플, 아포가토, 붕어빵과 호떡이 그랬다.


월병은 할머니랑 나랑만 좋아했다. 다들 그 특유의 향신료에 적응을 못 했다.


지금 살아계셨다면 펑리수랑 터키쉬 딜라이트를 좋아하셨을거다.  



내가 좋아하는 음료로 적어봤다. 친구는 작가님처럼 우유에 한표!


마카롱보다는 다쿠와즈의 식감을 좋아셨을테고 음료는 바닐라 라떼를 드셨을 거다.


아니면 아주 연한 블랙에 더티 초코 크루와상을 드셨을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우리 집에서 가장 편견없는(?) 디저트 취향을 지닌 분이셨으니까.


고양이 받는 디저트 차림을 보면 샘을 내셨을거다.


고양이도 먹게 왜 우리 집에 없냐고. 그럼 난 인근에서 가장 이름있는 맛집을 찾아 디저트를 구해왔을거다.


하우스 없던 시절 딸기 찾아 설산을 헤매듯이 ㅋㅋㅋ


특히 말렌카를 드셨다면 한동안 우리 집에 말렌카 택배가 밀려들었을거다.


어디간 백설기 닮은 그 식감은과 맛은 할머니와 나를 매료 시키기에 충분하니까.


거기다 왕족이 먹던 거라는 설명까지 덧붙인다면 우린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말렌카를 먹게 됐을 거다.


디저트는 맛은 물론 그럴싸한 분위기가 곁들여져야 완성되니까.


역시 음식은 분위기도 중요해♥


아마 작은 초도 켜고 마당에서 꽃도 꺾어왔겠지. 완벽한 디저트 한 상을 꿈꾸며.


지금 내 티테이블 건너편에 사람은 없다.


버터향과 우유향이 가득할 때만 테이블에 올라오는 선이콩콩 셋이 있을 뿐이다.


카페라떼의 커피는 싫은데 우유의 고소함 때문에 잔에 코를 박고 고민하는 고양이 세 마리.


다른 집 애들은 미련없이 발길질 하고 가던데 우리 애들은 우유 때문에 싫은 커피를 참고 있다.


독한 것들. 그러니 니들이 내 고양이지 ㅋ


나는 디저트로 기억할 여행지는 없지만


달디단 디저트로 추억할 사람이 있다.


밥에 콩가루와 설탕을 뿌려 주고 머리맡에 갱엿을 깨주던 우리 할머니.


단맛이 귀한 시절을 지내신 할머니는 부적처럼 갱엿을 종지에 담에 머리맡에 놓아주셨다.


나쁜 꿈꾸면 먹으라고. 자다가 무서워도 먹으라고.


내가 그래서 지금도 남들보다 디저트와 그 단맛에 관대한가보다.


아마 새로운 디저트가 유행할 때마다 난 할머니가 생각나겠지.


그럼 선이한테 할머니 얘기를 하며 과자를 먹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널 봤으면 산신이라며 엄청 귀하게 대해줬을텐데.


이상하다.


분명 계획은 작가가 소개한 펑리수에 우유보다 우롱차가 내 취향이라는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자꾸 할머니랑 먹었던 간식들이 생각난다.


돌아가시는 그 날에도 맛있는 거 먹으라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오늘은 정말 선이에게 할머니 이야기를 할까보다
 

4 Comments
M 나루코 05.14 08:03  
좋은 분위기 카페에서 맛있는 디저트 먹으며 좋은 책 보면 정말 좋겠네요.
13 선이콩콩 05.14 10:00  
좋았어요! 먹을 땐 참 좋았는데 어째서 독후감 쓸 때는 카페 분위기랑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던지~
M 블랙캣 05.14 09:43  
선이콩콩님 글을 읽으니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가 생각나네요.
책을 보고 디저트가 생각나고 자연스레 할머니와 함께 했던 디저트의 추억들이 떠오르고 무언가 아련합니다.
13 선이콩콩 05.14 09:58  
아들이 냉동실에서 푸딩 꺼내먹을 때 짠 했어요. 그 냉동실에 있는 푸딩 다 꺼내먹으면 다신 엄마 푸딩을 못 먹잖아요.